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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드래기
2014. 1. 5. 17:03 노는사람/화면

  달수와 오래 만나면서 힘들어지는 부분의 하나는 '취향'문제다. 사람들은 보통 영화든 만화든 무언가 하는 '행위'가 같으면 통하는것이 훨씬 많지 않겠는가 하지만 표면적인 문제다. 그냥 영화를 좋아해요 만화를 좋아해요는 남자가 여자를 좋아해요 여자가 남자를 좋아해요 정도 까지 일 뿐이다. 

 

 달수가 내 취향을 알게되기 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취향을 알고 나서는 서로 예민해진 것이. 나는 취향이 아니면 그냥 안보고 마는 성격이고 달수는 본인 취향이 아니어도 보고 나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나는 보기싫은것을 보면 아무리 감추어도 싫어하는 짜증이 은연중에 묻어나오고 달수는 매우 불쾌해한다. 한 번 관련하여 크게 싸운뒤로 달수는 내가 괜스레 싫어하는 티가 나면 굉장히 단호하게 한마디 짜증을 내고 꺼버린 뒤 다시는 꺼내보지 않는다. 

 

 둘 다 성질 더럽다.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이하 빵스프..) 은 이게 묘하게 긴장관계에 있는 드라마다. 다분히 음식드라마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나와 원래 요리를 좋아하는 달수가 같이 보는것 까지는 1차. 나는 마음에 들면 다른것을 전혀 안보고 반복해서 보는 경향이 있는데 달수는 무엇이든 그냥 그날의 주제에 맞게 아무거나 보기 때문에 나의 그런 '편향된' 모습을 엄청 껄끄러워한다. 그래서 달수가 없는날은 나는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만 무조건 틀어놓고 계속 반복해서 본다. 

 

 원고 마감할 때 밤을 세게되면 의례 나는 빵스프를 틀어놓는다. 두바퀴 돌면 해가 뜨고 한바퀴 더 돌면 웬만하면 마감이 된다. 

 

 



 

 

 빵스프는 무레 요코의 소설이 원작으로 4부작 드라마로 와우 TV에서 방영했다. 

국내에는 무레요코의 책은 '카모메 식당'만 번역본이 있다. 보통 전형적인 '일본냄새'의 글을 그녀가 쓴다. 그녀의 등장인물들은 무엇이 대단하냐면. 

 

 '엄청나게 평범해서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사실 그만큼 평화롭게 평범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공감과 부러움을 동시에 산다'

 

는 것에 있다. 카모메식당보다 빵스프가 주는 그 일상의 부러움이 훨씬 더 크다. 

 

 






 잡지사 편집일을 하던 아키가 단 둘이 살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회사에서도 좌천당하여 어머니의 식당을 자기만의 식당으로 꾸려간다는 이야기. 잔잔하고 소소함은 둘째 치고 나이가 먹고 들리는 것들이 있으니 ...

 

 일본의 소상공인 조합은 어떻게 이루어지기에 저렇게 다들 여유로워보이나, 오래된 주택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입지 좋은 상권이다. 

주인공은 임대사업자가 아닌 자신의 건물에서 소규모 개업을 하였으므로 출발지점부터 다르다. 회사에 정규직으로 장기근속하였으며 좌천이어도 부부장급 대우였으니 어느정도 퇴직금이 나왔을것이다 등등...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꽉 잡히면서도 그 부러움이 일상으로 전달되어 '대리만족'을 하게된다. 

 

 누가 나에게 선물을 준다면 '이런 평생의 평범함' 을 주었으면 좋겠다. 





 

 

 스물 아홉살에도 알바로 살아갈 수 있는 일본의 시급은 얼마인가로 또 열띤 토론을 해 본다. 이런 드라마를 보면서도 이런생각에 빠져있는 내가 슬프지만 드라마에서 하지 않고있는 걱정을 내가 대신해준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여기서 잔소리 역할을 하고있는 '마마'라는 인물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 

 

 만약에 이런 부러움이 주인공의 호화로운 생활영위로 이어졌다면 매우 '질투'하고 기분이 나빴을 것이지만 결국 조용히 하루 살아가고 거리를 무작정 걸어다니면서 시간을 보내는 그런 평범한 사람같은 이야기 때문에 다른의미의 '부러움'으로 다가온다. 

 

 내가 무레 요코식의 스타일을 좋아하는건 화자가 함부로 주인공의 마음속에 개입하지 않는 '관찰자 시점'이 좋아서일 것이다. 주인공 아키도, 알바생 시마짱도 내가 옆사람의 마음을 말해주지 않으면 알 수 없듯이 한 두번 주고받는 대화에서 그 사람을 느껴볼 뿐 화자는 절대로 마음속에 들어가 헤집어보지 않는다. 하물며 아키는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제일 속을 모르겠다. 보통 '일본사람이다' 라고 생각하는 정갈한 예의와 차도녀스러운 모습 그대로가 겉으로 보인다. 간간히 그녀가 배려하여 지나치는 말이나 사소한것에서 신기해하는 모습에서 소녀같은 마음을 예측한다.  음식을 먹다 잠든 임산부를 자기 집에서 잠시 자도록 배려하면서도 그렇게 말한다

'아이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는 그럴수 있나봐요'정도. '임신하면 다 그래요'도 아니다. 그녀 조차 자신이 겪지 않은 경험에 대해서 함부로 남에게 단정하지 않는다. 

 

 

 가끔 인기 작가의 어떤 드라마를 보면서 생각한다. 

 

'정말 재미있지만 인물들이 너무 잔소리가 많아서 자다가 저 드라마소리를 들으면 짜증이 나서 일어나'

 

 나 또한 내가 하고싶은 말을 작품에 대입하기 때문에 많은 말이 나올까봐 엄청 조심하면서도 말이 많은 날은 그대로 또 말이 많다. 

바라보는 대로 사람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작품은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걸까. 작품을 만들면서도 계속 바라보면서 만들 수 있을까. 

 

여러모로 부러움이 많은 작품이다. 

 

 

 *이미지 출처 : http://www.wowow.co.jp/dramaw/pantosoup

 

 

 

 

 

 

posted by 다드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