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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드래기
2016. 5. 16. 01:55 노는사람/역마
사람이 과연 변할 수 있을까?
이 이야기만 첫 작품 120화 중에 한 5화 정도는 한 것 같다.

사람이 '관심병'이 기본적으로 있더라도 좀 특출난 사람은 있기 마련이고 그런 사람이 활발하고 행복한 사춘기를 보내고 나면 '나는 완벽하다'라는 스스로에 대한 심각한 자신감이 생긴다.

이제 여기서 오버하는 부분이 생기는데 꼬꼬마 학창시절과 어른의 세계는 분명히 다르고 이 괴리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니 어째서 이 모자란 것들이 완벽한 나를 이해 못하는 거지?'라는 지경에 간다. 그 시기의 위험성에 대해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제 어른이니까 스스로 깨닫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에 따른 대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빠르든 늦든 반드시 돌려받게 된다.

사실 빨리 돌려받을수록 약이다.

관심병은 '남의 시선을 신경 씀' + '소유욕'이 강하게 발현되는데 소유를 실현함을 통해 앞서 설명한 '나는 완벽해'를 확인하고 만족한다. 내 경우는 여기에다 '권력욕' '잘 나가 보이는 사람 따라 하면 괜찮겠지' 가 합세하여 총체적(까진 아닐수도 있는데 여하튼 좋은 쪽이 아니다) 난국이었는데 여자 선배들은 조용했고 남자 선배들이 활발히 움직였기 때문에 남자 선배들 흉내를 내며 요즘 말하는 이른바 '명예 남성'질도 상당히 했다. 물론 그걸 실행하는 동안에는 그게 뭔지 모른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확신을 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시기 동안 사람을 상당히 괴롭게 하기도 했는데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은 '나와 안 맞나 보다' 하고 넘기지 못하고 '왜 완벽한 나를 너는 받아들이지 못하지 괘씸하게'로 시작된 억지가 상상할 수 있는 나쁜 것들로 실행되었고 좋은 사람에게는 한없이 좋고 싫은 사람에게는 더없이 또라이였다. 이게 상당히 나는 솔직하고 멋지다고 생각했다. 보통 말하는 또라이 보존법칙이 만들어지는 또라이1중의 하나다. 지금 생각해서 정말 괴로운 것은 그런 행동들로 인해 실제로 나에게 해코지1도 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피해를 보게 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 사실은 지금도 가끔 날씨가 나쁜 날 밤에 혼자 누워있으면 상당히 괴롭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다행히 나의 좋은 면을 발굴해준 사람들이 내가 남에게 상처를 주고 힘들게 했던 부분들을 퍼내다 버릴 수 있도록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정말로 내 옆에서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었고 그 사람들이 아직도 옆에서 오랫동안 지켜주고 있기 때문에 그 못남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 못남을 부정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작년에 광화문에서 이희재선생님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사람이 스무 살이 넘으면 이제 온 세상을 다 안다고 상당히 자신감이 생기고 행동에도 거침이 없어지는데 사실 아직은 어리석은 걸 알지 못한다. 그런데 말을 해 줘도 모른다. 어리석은 생각을 가진 사람은 어리석은 행동을 한다. 시간이 흐르더라도 자신이 그러했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의 어리석음은 숨길 수 없다. 지금 어떻든 나중에 어떻든 그 시절의 멍청함은 나의 멍청함이고 그것은 내 모습이다.

나는 기질적으로 까불고 나대고 사람이 많으면 흥분하고(좋은 쪽으로 혹은 나쁜 쪽으로 양방향) 부추겨주면 으쓱하고 매우 좋아한다.

하지만 그 상태에서 내가 어떤 선에서 냉정을 잃는지 그 조절을 어떻게 할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그걸 테스트해본 적은 없다. 다만 그 흥분되거나 나서게 되는 부분을 이제 사회생활하면서 좋은 쪽으로 쓰려고 상당히 노력했고 그러다 보니 노조활동에 눈을 뜨게 되었다. 나의 이런 기질이 튀어나옴을 웬만하면 남을 위해 쓰는데 승화시키도록 노력을 하려고 한다. 오히려 으쓱함을 좋아하던 모습 그대로 유지했다면 사실 지금 난 살기 좀 더 좋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리석은 짓을 한 사람은 그런 방식으로 편하게 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내가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는 순간에 나를 놓지 않았던 사람들이 옆에서 보고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살면 그 사람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시선을 신경 쓰는 부분은 그것이다.

그 사람들이 나한테 어떻게 해주었는데 내가 건방지게 그렇게 사는가

나에게 옳은 말을 해주고 받쳐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내 인생 운의 시작이자 끝일 수 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별로 안 변했다.
내 기질을 내가 지배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능숙 도지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요 며칠 여기저기 터지는 병크들을 보다 보니 (+비도 오고) 생각이 많아지고 또 죄책감이 찾아오는데

과거는 사라지지 않는다.
내 삶은 미래를 향해 가야하고 나빠지지 않아야 하겠지만 내 기본을 받아들이는 게 괴로워도 받아들여야 한다. 부정한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덮어씌우거나 없어지지도 않는다.
상당히 부끄럽겠지만 계속 부끄러운 것이 맞다.

나 자신이 반면교사가 되는 건 참 괴로운 일이겠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살아야 한다. 그렇게라도 해야 '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다운 행동'을 조금이라도 끌어낼 수 있다.

이 생각들을 반복하게 되는 이유는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나는 내가 어느선까지 스스로 조절을 하고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 선을 넘어가기 전에 나를 다루는 능력이 더 성장하기를 바라고있을 뿐이다. (물론 노력해야 생기는 거다)


posted by 다드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