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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드래기
2014. 4. 24. 20:39 노는사람/남독

 

 

 
 
 
저자 영춘 / 출판사 애니북스 / 출판일 2013.12.24

 

 

 

 신인이라 더 그러한지 모르겠지만 현역에 있는 국내 작가의 작품을 질투심 없이 좋아하기란 힘든 것 같다. 한 때 '솔직한 것을 거들먹 거려 남을 괴롭히기를 자주하던' 나였던 만큼 남에게 칭찬하기에 인색하고 좋은말에 소극적이며 질투가 심하다. 다른 작가들도 그러한지는 내 짧은 작가생활에 잘은 모르겠으나 질투나 부러움이 앞서면 분명 좋은것임에도 좋다고 말하는데 주저하는 꽁꽁한 부분이 분명 있다. 어릴 때는 괜히 흠을 잡기도 했는데 그게 요즘 인터넷 게시판이나 SNS에서 생각없이 이루어지는 '의미없는 악플러'의 모습인듯하다. 내가 단 한가지 신의 이름을 빌어 감사하는것이 있다면 그 시절 나에게 SNS라는것을 주지 않으셨다는 사실. 그 때의 내가 그대로 드러났다면 악플러들과 뭐가 달랐을까.

 

 

 

 

 ▲ 곧 3권이 나오면서 완간됩니다

 

 다른 사람들 처럼 나도 아마추어공간에서 열심히 연재하고 있을 때 영춘님의 '사사롭지만 좋은 날'을 읽었다. 상당히 오랜기간 창작활동을 안하게되면서 어떤 '서사능력'을 많이 잃었던 나로서는 이 작품을 보자마자 '이게 바로 내가 하고싶었던 거다' 라는 생각에 질투와 부러움에 휩싸였다. 과도하게 동심을 가장하거나 어른스러운척을 하지 않는 그 나이때 딱 그때의 정서를 충만하게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로는 참으로 수작이 아닐까 감히 생각이 든다. 당연히 허구일 이야기들(작가는 한 사람이니 그 많은 등장인물들이 자신일 수 없으니까)속에 분명 자신의 정서가 다 스며들어있고 지나치던 친구의 이야기 묵도하던 사실들 그런것들이 아주 적절한 분량의 옴니버스형식으로 엮여있는데 옴니버스라는 형식이 이렇게 딱딱 들어맞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중후반에는 자기 그림의 나르시즘에 빠져 작품 자체의 메너리즘으로 빠지기 쉬운 시기인데 상당히 절제되어있으면서도 공들이고 성실한 작화가 내용과 매우 어울린다. 작가는 분명 이 만화를 그리면서 매우 즐거웠을 거라는게 느껴진다.

 

 레진코믹스에 연재계약을하고 얼마되지않아 '사사롭지만 좋은 날' 역시 레진코믹스에 연재하게되었다는 공지를 보았다. 그동안의 '인색한' 생각을 접고 작가님 블로그로 달려가서 처음으로 '고백'을 했다. 그 처음 해보는 고백의 맛이 좋아서 그 뒤로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가끔 좋아하는 작품을 보면 작가님들에게 좋다고 인사를 하곤한다. 출판사에서 내 작품 계약 제아이 들어오고 미팅을 간 날 연재처에서 '사사롭지만 좋은 날'도 똑같은 출판사랑 계약했더라는 소식을 들었다. 혼자서 괜히 운명을 느꼈다. 서른 두살을 먹어서 처음으로 내 질투를 무릅쓰고 좋아한다, 좋다는걸 인정하는 경험을 했다. 그러고나니 더 좋았다. 좋아하는걸 좋아한다. 좋은걸 좋다고 말하는게 이토록 어려웠을까 싶다. 그런데 지금도 작가님들을 실제로 만나는건 무섭다. 아직은 열등감이 조금은 우세해서인것 같다. 그리고 내가 남들 앞에서 하하호호 하면서 당당하게 놀 수 있는 인성이 못된다고 느끼는것 같다. 그건 앞으로의 수련이 필요한거겠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던 3화 '장미' 언니의 초경을 목격한 여주인공의 마음과

'어른이 된 언니'에 대한 상징이 나타난 장면

 

 

 나이를 막론하고 자기를  충분히 성찰하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람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는건 나도 그런 인간미를 가지고싶어서인것 같다. 연초에 작가님이 작은 카페에서 개인전시를 한다고 하여 빵을싸들고 찾아갔었는데 엇갈려서 만나지 못했다. 그것을 기억하여 이번에 조카 봐주러 군포에 올라가게되었을 때 대뜸 맛있는걸 사주시겠다고 하는데 신나게 진짜 얻어먹었다. 내가 밥도 얻어먹어보고. 사두었더 단행본을 들이대고 정성스런 싸인을 받았다.

상당히 실례되는 일이지만 작가님에게 나이를 여쭈었을 때 내가 예상했던 그 나이가 딱 하고나오니 더 설레었다(영계킬러?) 그 정서와 그 나이가 맞아들어간다는건 그만큼 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좋은것 같다. 오히려 내가 너무 얻어먹고와서 미안하기도 했지만 사람대 사람으로 작가와 둘이서 카페에 앉아서 낙서하고 노닥거리는 경험을 해본다는건 참 좋은것 같다. 하지만 이 경험이 나에게 특별한 것 또한 내가 그만큼 일상에서 평범한 내 이웃들과의 삶을 소중히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서 얻고 구하지 못하면 창작할 수 없다. 그래서 조금은 작가들의 삶과 생활과 괴리가 있더라도 내 평범한 이웃들과 사는 삶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 4월 초 군포에서 작가님과 데이트하고 받은 싸인. 한동안 계속 자랑해먹겠지.

 

 

 


사사롭지만 좋은 날 1

저자
영춘 지음
출판사
애니북스 | 2013-12-24 출간
카테고리
만화
책소개
가까이 들여다보면 모래알처럼 빛나는 나날들 그중에서도 가장 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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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롭지만 좋은 날. 2

저자
영춘 지음
출판사
애니북스 | 2014-03-17 출간
카테고리
만화
책소개
방황하는 모든 존재들을 아름답게 하는 질문 하나 나, 잘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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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드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