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복희씨」http://daduregi.net/126
박완서 선생의 이야기를 잠시라도 언급한적이 포스팅에서 여섯번인가 있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줄줄이 이어진 대 문호들의 부고 한켠에 항상 그녀의 추모와 '정해진' 기다림이 있었다.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읽다가 내가 느꼈던 알 수 없는 불안, 임권택의 「천년학」이 개봉되는 것을 보고 직감했던 그 것들이 모두 한해 후에 일어났다.
故박경리 선생과 같은 문호들이 떠나는 자리에 항상 그녀는 맨 앞줄에서 그들을 추억하고 추모하는 한 마디를 남겼다. 그리고 그녀의 책들을 읽으면서 나 또한 무언가 정리를 하는 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고인과 아무런 친분도 없고 말 한마디 나누어 본 적 없으나 그 긴시간동안 그녀의 혈기 넘치던 젊은 소설부터 점점 움직이지 않고 주위를 돌아보는 말년의 수필까지 긴 시간 읽어오면서 나의 할머니가 그러하듯 그 준비된 마음가짐을 느낄 수 있었다.
희안하게도 그런 탓인지 선생의 부고가 충격적이지 않고 투병의 기간이 있었음에도 잠들다 떠난 것 처럼 편안했을 것이란 믿음까지 있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마지막을 글로서 끝까지 이야기하고 독자를 다독이고있었다.
제작년에 포스팅했던 「호미」에서 언급하였듯 챕터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느꼈던 떠나는 때를 예견하는 듯한 그 애틋한 마음은 그녀의 글로서 남았기에 전해지는 것이지 그 수많은 어머니의, 할머니의 마음이 어찌다르겠는가.
격동의 세월을 보내고 주부로, 아내로, 어머니로 아들을 먼저 보낸 가슴아픈 어머니로, 그녀의 긴 세월은 자신의 소설만큼이나 방대하다.
말년의 그녀의 글에는 지금 남겨진 것과 곧 떠나게 될 곳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몇 해 앞서 출간 된 '잃어버린 여행가방'을 읽었을 때 부터 더욱 직접적이었던것 같다. 어떤 신앙의 의미를 넘어선 자기성찰과 준비된 자세는 오늘 이 뉴스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하고 더욱 숙연하게 만든다.
독짓는 늙은이는 가마속에서 생을 마쳤다던가.
그녀가 끝까지 글을 썼다는 것은 정말로 다행한 일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것 같은 노인의 이야기를 담아준것은 참으로 위대한 일이다.
남의 외로움과 자신의 고독을 함께 담아냈다는 것은 최고의 업적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어른'이 궁금하고 '어른'이 되는것이 두렵고 제대로된 '어른'이고싶다. 오늘 큰 어른 한 분을 기리면서 짧은 나의 시간도 돌아본다.
[출처] ▶◀ 마지막 친구의 길 :: 故박완서 선생을 추모하며|작성자 고덕자
'노는사람 > 남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성 사람의 이상형 (0) | 2011.02.21 |
---|---|
백수의 미션 도착! (0) | 2011.01.25 |
고독이 이끄는 삶 :: 효재처럼 살아요 (0) | 2011.01.21 |
투영 :: 자유로운 영혼 로자 룩셈부르크 (0) | 2010.08.12 |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페터 빅셀 (0) | 2010.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