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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드래기
2014. 4. 16. 06:34 노는사람/풍류



 

 

 국민학교때 음악시간에 '제비꽃'이란 노래를 배웠는데 아무도 기억하는 이가 없다. 흘러가는 맑은물에 제 얼굴을 비춰보네 라는 마지막 구절이 뭐라 말할 수 없이 쓸쓸했던 것 같다. 제비꽃의 꽃말은 겸양. 누가 가지를 쳐주고 씨를 뿌려주어 그런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담장에, 들에 힘들게도 뿌리내려 고개를 빠꼼히 내밀고 있으니 그 향기 직접 맡아보지 않고서야 모르고, 그 소박한 아름다움 보지 않고서야 설명할 수 없다.

 

 조용하면 잡념이 몰려오는 이상한 정신세계탓에 항상 의미없이 음악이나 라디오, TV를 틀어놓는다. 성인가요프로그램이 흘러나오는걸 내버려두고 있는데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김광석의 그 끊임없는 청승으로의 블랙홀이 싫어 외면하고 안듣고 해왔건만 초대손님으로 나온 서유석의 젖은 음성으로 들으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이다.

아, 아부지 어무니!

 

 '봄날은 간다'를 장사익의 목소리로 듣고 며칠을 절절한 가슴으로 잠 들었던 것 처럼, 우리아부지와 동갑내기인 서유석의 목소리는 노래가 아니요 이야기이고 김광석의 그것보다 더 강한 설득력으로 댕하고 종소리를 울렸다.  

 언젠가 아버지께서 저녁을 드시다 당신인생에 뭘 잘했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어무니와 결혼한 것 과 딸 둘을 낳은것 같다 하시더이다. 그러다 같이 밥먹는 할망구는 어떤가 싶어 괜히 물어봤더니

 

 "어~당신하고 결혼한거랑~ 우리 딸 둘낳은거랑예"

 

 그리하여 실연당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큰딸한테 전화하여 그 자랑을 했으니 분노에 찬 언니가 나에게 전화하여 하소연을 했었다.

 

 성당 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 하던시절 교적정리를 했는데 사망대장정리를 하던날 둘러보면 할아버지들이 먼저 돌아가시면 할머니들은 알아서 제 명까지 살고 가시는데 할머니들 돌아가시면 할아버지들이 한달에서 1년이내 돌아가시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생각과 달리 효녀가되는것은 마음이 따라가질 못해 나이가 먹을수록 아, 누구나 불효자식이 되고 누구나 그 죄책감을 안고 살아야하고 누구나 후회하는구나. 아무리 완벽한 사람이라도 그 죄값은 필연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것이니 사랑은 내리사랑이요 진정한 동반자는 배우자 밖에 없구나. 언제부턴가 혼자되신 아부지 어무니 재혼을 싫어하는 다 큰 자식들을 보면 그 어떤 불효자식보다 진짜 탑클래스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바로. 이러한 역사를 함께 해주는 사람이 절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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