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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드래기
2010. 5. 3. 20:49 노는사람/화면


레모(Remo Williams,1985)

 

   나는 대한민국 정세가 아주 흉흉하던 시기에 태어나 뭔일이든 '과도기'만 겪으며 자랐다. 반공에서 통일안보의 과도기, 국산품 애용운동에서 세계화의 과도기 일본문화의 완전폐쇄에서 완전 개방 등등 공산주의 국가는 아니지만 대단히 폐쇄적인 분위기에서 아주 무서울 정도로 급진적으로 변화한 조국과 함께 성장하였다. 덕분에 요즘 나라꼴이 아주 애매하고 똥싸다 만것 같은 분위기다. 이제 386세대도 486,586으로 보내고 나라를 이끌어나가야할 세대인 나의 인생도 똥은쌌으나 좀 덜닦은것 처럼 함께 호흡하고 있으니 자신의 '소속'이란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요모조모 잘 배우고 있는중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요런것이 아니고~(여전히 산만 하구나) 88올림픽 이전에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우리가 아직 '트리니다드 토바고'라는 나라를 모르는것 처럼 국외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기 때문에 1985년이라는 매우 오묘한 시기에 한국이라는 나라가 전쟁이 아닌 다른 소재로 등장한 영화가 있다는것은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었다.

  액션이라면 액션, 코메디라면 코메디 어떤것도 흡수해서 퍽퍽 쏴주시는 배우 프레드 워드의 전성기(라고는 해도 울아버지랑 갑장..) 영화 레모를 처음으로 케이블TV에서 보았을때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NYPD 액션영화에 대한민국 출신의 이민자 할아버지가 전쟁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이 뿌리도 알수 없는 묘한 오리엔탈리즘의 소재가 되어 어마어마한 코메디를 선사하고 있는것이었다. 사실 지금도 스파이물이나 밀리터리물이 아니고서야 그닥 대한민국을 언급할 일이 없는 영화계에서 그 흉흉한 시기에 이렇게 간단하게 오락의 소재로 쓸 수 있다는것이 사실 기분 나쁜것이 아니라 매우매우 흥미롭고 하물며 재미있기 까지 하다. 그럼 우리에게 통쾌한 액션과 큰 웃음 선사하실 영화 레모를 한번 만나보실라나.

 



 

 우리 모~두가  "Freez!!", "Drop your weapon!!", "Pull the trigger!!" 라는 구문을 통째로 외우게한 미국영화의 전형 뉴욕경찰물. 음모와 배반이 도사리고 있는 뉴욕 경찰 메이킨은 심각한 초장의 분위기를 타고 CIA도 모르고 FBI도 모르고 아이리스도 아닌 이상한 비밀단체 첩보원이된다.

 

 

 

 



 

 사실 이 영화의 재미는 로보캅을 볼 때와 같은 추억 곱씹기 보다는 그저 희화된것처럼만 보이던 감독의 오리엔탈리즘이 생각보다 심오하고 섬세하다는데 있다. 근거도 없는 추측으로 대한민국을 우스개거리로 만들었다는 소리들도 있지만 선입견을 버리고 처음부터 끝까지보다보면 나름대로 감독이 무척이나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있다. 극중 레모에게 '모든 아시아 무술의 근본'인 '신안주'를 가르치는 이북출신 전노인은 희안하게도 무척 섬세하게 꼬장꼬장한 전형적인 건물주(?ㅋㅋㅋ)같은 느낌이 묻어난다. 기본적으로 부지런떨고 평생 채식해온 날렵한 이미지의 전노인은 지금도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수있는 할아버지 이미지. 첫 등장에서 전노인이 깔고 앉은 왠지 짝퉁 화문석은 안타깝게도 다다미를 의식한건지 모서리를 무시당하고 무식하게 반토막으로 잘려있지만 그 무늬는 절대로 메이드인 차이나나 저팬이 아니고 어디 교민에게서나 구한것 같은 얻어왔을법한 내방바닥의 여름을 장식하는 그 자리다. 은근히 무지에서 일어난 소품이나 의상의 오류는 있지만 곳곳에 무지하게 섬세하게 신경쓴 모습들이 나온다.

 

 

 

 아래사진의 그 손가락 단련기는.... 어디에서 근거인지 사실 자세히는 모르겠다. 최영의선생이 하신건가? 도포자락위에 하카마를 입은것같은 모양새네 저고리를 지 마음대로 여미어놓은 엉뚱한 한복의 구현이 있지만 웃겨도 나름대로 멋스럽다. 새로운 한복 스타일링이라고나할까.

 

 

 엉뚱한 의상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은 아, 저건 어디서 배웠나? 할 정도로 소소하게 구현된 부분들이 있다. 정강이를 탱탱하게 동여맨거라던지 고무신이라던지  호롱불에  TV를 보는 운치있는 모습은 입식건물에 좌식생활을 하는 엽기적인 교포할아버지이지만 가구의 배치나 섬세한 소품들이 점점 이 할아버지를 녹아들게한다. 게다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장년기에는 누구나 TV연속극에 빠지지 않던가.  연속극에서 우스꽝스럽게 철학을 논하는 할아버지의 말씀은 웃어넘기기에는 이 감독이 나름대로 동양3국에서 말하는 철학이 무엇인지 열심히 알고자 했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꽁꽁 쟁여입은 옷의 여밉과 뒷짐진 모습에서 그 누가 미국인 조엘 그레이를 떠올리겠는가.

 

 그렇다. 이 영화를 보면서 프레드 워드의 액션따위나 미국과 소련의 냉전체제가 어쩌고 저쩌고는 나에게 이미 관심 밖이다. 너무나 꼬장꼬장하고 꼼꼼하고 새벽 4시면 일어나 앞마당을 쓸고 있을 것 같은 우리의 할아버지를 묘하게 잘 연기하고있는 조엘 그레이에게 푹 빠져있었다. 아카데미 분장상 노미네이트에 빛나는 조엘그레이의 분장은 그냥 얼굴에 숱검댕 칠하는 인종분장이 아닌 피부는 물론이거니와 검은 렌즈를 껴주고 무표정함으로 할배의 이미지를 빛내주신 열연 때문일 것이다. 청주쌀이 최고라고 제자에게 사오라고시키고, 밥을 좋게 지어 놓고도 냉택없이 식은밥처럼 냉장고에 넣어놓고 꺼내먹는둥 아직은 부족한 정보에 의해 웃기거나 경악을 금치 못하는 행동들(밥에 꿀발라주고..ㅋㅋ)이 있지만 배꼽 빠지게 황당한 상황속에도 근거도 없는 신안주가 모든 무술,암살기의 시초라고 우겨주시는 쎈쓰는 답답한일 많은 우리나라사람들에게는 나름 웃기고도 통쾌한 일일 것이다.

 

 

 

<<그냥 깜찍한 짤방>>

 

 

 

정말 한국사람 처럼 보였던 조엘그레이의 분장.

좀 진지한 영화에 이민1세정도로 나왔다면 남우주연상을 탓을 듯요.

 


 

라스트에 입고나온 옷. 한복이라기 보다는 북쪽 유목민 복장 같지만 이또한 섬세하군.

 



posted by 다드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