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하고,
발성연습은 필요하겠으나 개인적으로 이뻐해 마지 않는 김옥빈부터 여전히 아름다우나 아무리 관리해도 나이는 속일수 없어 얼굴의 빛만은 예전과 같지 않은 고현정. 부모님입에서 조영남만 나오면 이년저년 회자되었던 윤여정까지 뒷담화용으로 한그릇 퍼다놓은 밥위에 화두가될 콩알들이 얹혀 있으니 순수하게 캐스팅 만으로 호기심 관람객들을 가득 끌어모은 영화가 되었을 듯 하다.
■ 설정과 진실의 오묘함
배우 김희애가 오래전 아침 토크쇼에서 한 이야기가 있다. 배우라서 정말 싫었던 적을 말해보라 하니 진정으로 껄끄러운 표정과 함께
"나는 정말 상처받고 슬퍼서 우는데 우는 내 모습을 보고 또 연기하고 있다 라고 할때요."
그렇다. 분명 그들도 사생활이 있고 진짜 눈물이 있고 정말 기쁜것이 있을진데 이 오묘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같은것이 이리저리 진실과 설정을 뒤섞어서 생각하게 한다. '연기하고 있네' 어느 부분에서는 같이 울고 웃어주고 싶지만 어떤 부분은 의혹을 불러일으키고(최지우와 고현정의 갈등 처럼) 어떤 부분은 더욱 수근거리게 만드니 자신을 내놓은듯 감춘듯 이 어마어마한 두뇌싸움에 휘말리고 있다는 느낌은 역시 여지 없이 드는 것이다. 토크쇼에서 나가자니 유난을 떨게 될 것이고 다큐멘터리를 하자니 무척이나 껄끄럽고 망가지지 않고 숨길것은 숨기고 빠질것은 빠지고. 앞날 창창한 어린배우들의 도드라지는 침묵과 맛있는것 다 먹어본 연륜의 배우들이 내 놓는 수다는 묘하게 프라이버시의 선을 긋고 있다.
유독 어린 김옥빈과 김민희의 캐릭터는 예의상 드리워준 차양막을 나름대로 여러방법으로 암시하고 있다. 실제로는 나도 모르는 사람들이니 어떨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것 저것 다 뱉아내는 선배들과 달리 기죽어 있고(당연하겠지만) 말없고 4차원인듯한 뉘앙스는 아직은 그녀들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짠밥이 안될 뿐더러 벌써 말했다가는 찬밥 더운밥 가릴때도 아닌데 어디서 뒤통수를 맞을지 모르는 일이다. 고작 윤여정 앞에서 '화장실에서 배운' 담뱃불을 뻐끔거리는 김옥빈과 여행다니다 시차적응에 시달려 반쯤 나간정신으로 또 여행약속을 잡은 김민희의 기행(?)을 통해 왕년의 날라리와 방황하는 청춘을 보여줄 뿐이다. 아줌마들에 비해 새침하고 오히려 더 격이 멀어보이는듯한 어색한 대화는 결혼전 많은 여자들의 사회생활에서 느껴지는 그 묘한 경쟁심리까지 느껴진다. 훗, 암컷이란.
윤여정의 담배를 보자 몇달전 「마더」를 통한 김혜자의 인터뷰가 생각났다. 피부가 너무 곱다, 비결이무어냐고 묻는 의례적인 기자의 찬사에 "담배 끊어서 그런가봐요 벌써 12년됬어요"라고 진지하게 대답해주던 그녀. 온갖 더러운 뒷거래와 음해로 판치고 지금보다 더욱 여배우가 보호받지 못했던 시대. 누가 까졌네 말았네 할 것도 없이 담배없이 속끓던 여배우가 어디 있었을까. 진폐증으로 굳어가는 폐덩어리 처럼 관록있는 여배우들의 막말은 한마디 한마디 턱턱 막힌 가루가 있다. 아줌마 같은 욕한마디로 지나가는 쓰린 이야기들과 얘말을 듣고 그렇구나, 쟤말을 듣고 옳구나 하는 모습은 뒷담화의 모범(?)이면서 공자와 같은 중용마저 느껴진다.
■ 너는 되지만 나는 안된다.
영화내내 오지랖 킹왕짱을 보여주었던 고현정.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곳'에서의 인고의 세월은 바로 이 오지랖 스킬만은 탄탄하게 키워주었던 것일까. 보는 내내 소탈해 보이면서도 거북했던 오지랖 왕수다와 언어유희는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와 비슷한점이 엄청나게 느껴져서 깜놀. 다른것이 있다면. 나는 고현정 만큼 얼굴은 크지만 몸매는 호리호리하지 않고 돈도 없고 성공하지도 못했고. 그녀보다 좀 더 과격하게 오버한다는 것. 시작은 재미있다가 도를 살짝 넘어서고 오지랖을 힘삼아 간혹 막말을 일삼거나 하는 모습은 호탕함을 넘어서 불편함까지 주기도 한다. 오버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뭔가 자신이 '오버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있다. 말하는 자신도 '이건 좀 오버다' 하면서도 그 페이스를 놓치면 더 우스워지기 때문에 술한잔 더 마시고 페이스 유지.(실상 그 야금야금 술먹는 꼴이 나의 술먹는 스타일과 비슷하여..물론 난 돈 페르뇽따위 몰라)
나따위가 할 말은 아닐지라도 언젠가 '만렙'을 찍는날이 온다면 더이상 앞서서 오버하고 앞서서 남의 반찬이 되어주고 앞서서 강박관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될 날이 올것이다.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로 시작되었던 나의 오지랖 발광처럼 '원래는 이러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고현정의 오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하고 있는 그런 사유에 기인함이 클 것이다. 누구는 먼저 시작하고 누구는 나중에 겪는것이고 개인차일 뿐이니 그닥 호감 갖고 있던 캐릭터는 아니었으나 괜한 오버에서 느껴지는 측은함은 비단 나 뿐이었을까. 비장한 그녀의 표정을 보라. 만렙만 찍어봐라. 그때부터 다시 고고하게 놀아주마.
물론 나는 고고한적도 없습니다.
■ 말 많은 사람의 오락 영화
아무영화나 마음대로 보고 마음대로 보고 마음대로 좋다 싫다 하는 나도 이영화를 함부로 보라고 말해줄 수가 없는것이 어떤 사람들은 완전히 싫어할 것이기 때문이다. 눈을 반짝이며 어떠냐고 묻는 여자애들에게는 '응, 재미있어' 라고 해주고 남자애들에게는 '음, 니가보면 재미없겠다' 라고 나조차도 알아서 권하고 있다. 수다의 카타르시스와 애매~한 술김에 괜히 인생이 억울해 말 많아지는 주사를 가진 사람이라면 매우 좋겠다. 액션도 없고 애정도 없지만 중요한것만 제외한 모든 것을 대놓고 훔쳐볼 수 있고 관객들은 뒷담화거리를 배우로 부터 직접 제공받는다.
영화에서 처럼 밖을 보니 눈이온다. 눈을 보면 딱 두가지 생각이 난다. 춥다. 내일 출근은 몇시에 해야하나. 말만 화이트 크리스마스 어쩌고 할 뿐 실상 여자들도 눈오는 날에는 뜨뜻한 아랫목에 배깔고 만화책 보거나 뭔가 먹으면서 TV를 보다가 잠들고 살찌우는 것이 최고다. 동면을 오래하면 그 지방이 소모될테니 다이어트 걱정도 없다(응?). 이미숙의 말 처럼 '이상형'의 여자가 여느 '암컷'들 처럼 쓸데 없는 수다와 정제된(ㅋㅋ)음담패설로 시간을 때운다는것이 깨몽일지 아니면 그것조차 콩깍지가 될지 알 수는 없으나. 뒷담화 반찬거리들이 뒷담화 디저트를 제공해주는 이야기라니 참으로 매력적이다. 그리고 이 추운날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길에 꼭 생각난다.
쏘 . 주. 한. 잔.
<홈쇼핑 중독자들을 위한 짤방~~>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이니만큼 여배우들 손댄 경력 업으신
친숙한 그들이 슬쩍슬쩍 나와주신다.
손대식 박태윤 콤비. 아, 갑자기 방송 배경음악이 ^^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절대로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도 아닌데 반가운 당신은
이미 홈쇼핑 중독.
적어도 ON미디어 산하의 케이블 채널 중독 ㅋㅋ
[출처] 고현정은 되고 나는 안되는 것 :: 여배우들|작성자 고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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