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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드래기
2009. 5. 17. 16:14 노는사람/남독



 

강아지똥

저자 권정생 그림 정승각 출판사 길벗어린이

 

 권정생 선생의 2주기가 되었다. 고인이 그리도 좋아하던 봄에 세상을 떠나게되어 보내는 이 들도 슬픔속에 아스라히 미소짓게 했는데 벌써 2년이 흘렀다. 떠나는 그 순간까지 소년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떨리게 했던 고인의 주옥같은 작품들은 지금 그야말로 '명작'의 대열 한켠에 앉아있다.

 내가 처음으로 권정생 선생의 책을 읽은것은 국민학교때 「몽실언니」였다. 아역배우 임은지를 스타덤에 올려놓았던 MBC드라마로 보게 되었는데 당시 소년동아일보 명예기자였던 언니가 부산 시립도서관 명예사서로 활동하면서(뭐 했는지 도통 모르겠지만)이것 저것 책을 많이 보고 나에게 알려주었는데 그때 몽실언니가 원래 책으로 쓰여진 것을 알게되었다. 나의 바램과 달리 너무 초라하고 구슬픈 몽실이의 삶을 읽고 너무 안타까워 드라마 시청을 끊게 만들기도 했지만, 전란후 자신의 삶을 극복해 나가고 소박한 행복을 꾸며나가는 소녀의 성장이 무릇 몽실이 만이 아닌 모두의 삶이었음을, 그리고 그 극복의 의지를 담고 싶었음을 느끼게 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강아지 똥을 읽은것은 2005년 어린이 도서관에서 일할 때였다. 당시 아이들에게 최고의 인기가도를 달리던 책들은 '똥'이란 단어가 들어간 책들이었는데, 너댓살 먹은 아이들은 조용히 눈을 마주치고있다가 '똥!'이라고 한마디만 해도 꺄르르르 배꼽을 잡고 쓰러졌다. 매일 오후 세시에 있었던 동화책 읽어주기를 담당 봉사자가 개인사정으로 펑크를 내게되면 내가 때웠는데 책을 고심해서 선정하거나 통제되지 않는 아이들을 견뎌내기 힘들었기 때문에 나는 항상 그 '똥'이란 묘약으로 아이들을 잠시 조용하게 만들었다.

주로 베르너 홀츠바르트의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나, 김회경의 「똥벼락」을 읽어주었는데, 그날따라 단순히 '다른 똥을 읽자' 라는 생각으로 집어 든 것이 「강아지똥」이었다. 애들이나 웃겨보자는 생각으로, 항상 만권이 넘는 책들을 정리하느라 시달렸지 읽어 볼 생각도 하지 못한 나에게 그냥 시간 때우자고 집어들었던 책이, 아이들을 한동안 멍하게 만들고 엄마들을 눈시울 짓게 한것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 한동안 가슴떨리는 채로 있어야 했다.

 

 지나가던 강아지가 모퉁이에 싸놓은 강아지똥 그야말로 '개똥'이 자신이 쓸모 없음에 외로이 떠돌다 민들레를 만나고 사랑하게 되고 제 한몸 바쳐 민들레의 거름이 되어주는 과정은, 어린왕자와 장미, 혹은 여우와의 사랑에서 느낀것 같았던 그 쓰라림과 감동이 그대로 밀려왔다. 오롯히 인생(변생인가)을 바친, 누군가의 분비물에 불과한 그 강아지똥의 희생 아름답게 피어난 민들레는 도서관 이야기방을 감동으로 물결치게 했다. 아직 어린 아기에게 감동을 설명해주기 힘든 엄마들은 "아, 슬프다 그렇지?" 라면서 애써 웃으며 아기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전했고, 사랑을 한창 받는 시기의 아기들은 아마도 그 순간 처음으로 희생이란 것도 그 어떤 미물도 소중하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물론 그나이 또래에도 책벌레 잘난척 쟁이가 있어서 "똥이 죽어!!" 라고 스포일러짓을 했지만(때리진 못하고 째려봤다.) 책을 쥐고있는자는 나였기에 다른 아이들에게  별 영향은 없었던 것 같다.

 

<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그런데 한가지 필요한게 꼭 필요한게 있어" 민들레가 말하면서 강아지똥을 봤어요.

"......"

"네가 거름이 돼 줘야 한단다." 

"거름이라니?"

"네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속으로 들어와야 해 그래야만 별처럼 고운 꽃이 된단다"

"어머나! 그러니? 정말 그러니?"

강아지똥은 얼마나 기뻤던지 민들레 싹을 힘껏 껴안아 버렸어요.   - 본문 中-

 

 

 국민학교때, 문학소녀를 꿈 꾸던 나는 문예반을 하고있었고, 나름 학교에서 운문계의 유망주였다.(지금은 시라면 치를 떠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러니다.) 학교 대표로 나가 상도 받아오고 산문계의 유망주와 둘이서 단짝처럼 다녔다(재수없어).

 당시 우리 학교에 아동문학가 선생님 두 분이 계셨는데 그 중 한분이 동시작가 공재동 선생님이다. 권정생 선생처럼 독신과 가난으로 평생을 보내진 않았지만, 어린 나에게도 대화가 어렵지 않고 항상 이야기를 많이하고 항상 내가 써다 보여드리는 동시를 유심히 읽어주시고 이야기해 주셨던 것을 보면 그분은 정말 어린 우리와 말이 통했던 것 같다. 반면 동화를 쓰시는 다른 선생님이 있었는데, 그 분은 산문담당이었다. 원래 산문을 지향했던 내가 반대표로 백일장에 써낸 산문을 보고 그분은 나를 불러다가 '어린게 글이 건방지다' 라고 했고 그 뒤로 나는 다시는 산문대회에 나가지 않았다. 어릴때부터 나의 긴 글은 시니컬하고 싸가지가 없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내 느낌대로 그 선생님은 권위적이고 아이들에게 소리치고 수업시간에 입도 뻥끗하지 못하게하는-아무래도 나이가 있는 선생님이었으니 그 스타일이 굳었으리라고 보지만-공포의 존재였고, 산문반 아이들은 벌벌 떨고있었다. 그럼에도 지역 어린이 문예지에 그 선생님의 동화를 보면 동실동실 한것이 나는 그때부터 어른의 가식이란것을 느꼈던 것 같다. 자신의 재주로 본성을 숨긴 가식적인 인간. 그만큼 사람은 보여지는것과 진실이 다르다. 세종대의 문장가 권재도 자신의 첩실을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에 일조한 의혹이 있지만 세종의 빽으로 마누라만 족치고 빠져나오지 않았던가. 사람은 말과행동이 일치하기 정말 힘들다.

 

 하지만 공재동 선생님은 그렇지 않았다. 내가 쓴 동시중에 '파문'이란 단어가 물망에 오른적이 있었는데 연못에 돌을던져 생겨난 그 파문이 참 예쁘다는 내용의 동시였다. 동시에 쓰기는 어려운 단어라고 하셨다. 내가 '파동'을 말하자 웃으면서 너무 과학책 같다고 말씀하시고는 '유리반지'라는 예쁜 말로 바꾸어주셨다. 아, 이 얼마나 다른가. 어린마음에 국민학교 생활을 한켠에 접어버렸지만, 지금 찾아 뵙고 싶어도 날 기억하실까. 분명 그땐 내가 엄청난 문학가가 될거라고 생각하셨을 텐데 실망하지 않으실까 이런생각 까지 들 정도로 너무나 그립고, 감사하고, 그 후론 만나보지도 못한. 나의 어떤 담임선생님보다도 나의 감정을 잘 알아주시던 선생님이었다.

 

 이정도만 해도 마음에 남을진데, 권정생 선생은 그보다 더 한 수 위인 정말 기본의 사람이었다.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소년의 마음 그대로, 아이의 마음그대로, 굶주리는 아이들을 아파하고 한갖 미물들에게도 들리게 하기위해 항상 추운겨울에도 맨손으로 종을 울리던 가난한 교회의 종지기였다.

 그의 사후 마을 노인들은 세 번 놀랐다고한다. 시골구석의  가엸은 노인인줄 알았는데 전국에 이렇게 많은 조문객들이 몰려와 펑펑 눈물을 쏟을정도였던 사람이었단것에 놀라고, 가난한 노인네인줄 알았더니 연간 수천의 인세수입이 있는줄을 그제야 알고 놀라고, 그런 분이 평생 모은 십억원이 넘는 재산을 굶주리는 어린이들에게 다 나누어 주라고 유언하고 간 그런 어른인줄 몰라서 놀랐다고한다.(KBS 07년 9월 "추석기획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좁은 방한칸에서 홀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동심으로, 어머니의 아들로 늙고 모든 아이와 같은 아이가 되었다.

 

 순수와 촌철살인의 유머로 웃게하는 그의 재미있는 동화들, 그리고 모인 사람들을 웃음짓게 하고 눈물짓게 했던 그의 유언 한켠을 돌아보면서 고인의 편안한 잠을, 그리고 행복한 외가집 행을 기도해보자.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좀 낭만적으로 죽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도 전에 우리집 개가 죽었을때 처럼 헐떡헐떡 거리다 숨이 꼴깍 넘어가겠지. 눈은 감은듯 뜬듯하고 입은 멍청하게 반쯤 벌리고, 바보같이 죽을 것이다. 그러니 숨이 지는대로 화장을 해서 여기저기 뿌려주기 바란다. 만약, 죽은 뒤 환생할 수 있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태어나서 스물 다섯 살때 스물 두살이나 스물 세살쯤 되는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싶다. 벌벌 떨지않고 잘 할것이다.-

 

 

 

 


 <<추천도서>>

 강아지똥 할아버지

 저자 장주식 그림 최석운 출판사 사계절

 

  초등학생에게 들려주는 권정생의 생애.

  권정생 선생의 사후「어린이와 문학」에 저자가 실었던 추모의 글이 5월에

 출간되었다.

 모든 살아있는 것에 의미가 있고, 소중함을 알려주는 권정생 선생의 삶을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기에 좋다. 아이들에게 보여주어야할 진짜 좋은것은

 돈이나, 나 잘난것이 아닌 내 주위의 모든것에 대한 소중함이 진짜 좋은 것

 이란것을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나 이야기방에서 스포일러짓 하면서 맨날 잘난척 하던 그눔시키 지금

 초딩 2, 3학년쯤 되었을텐데 똑바로 읽었으면 좋겠네.

 






강아지똥(양장본)

저자
권정생 지음
출판사
길벗어린이 | 1996-04-01 출간
카테고리
유아
책소개
세상 사람들이 '아이, 더러워'하며 다 피해가고 천대받는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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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드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