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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드래기
2009. 5. 21. 16:18 노는사람/남독

청소년기부터 불멸이었던 나의 꿈이 있다. 목표하던 바가 조금 더 광범위 해지고 추상적이 되었지만 사실 그 내용에 변함은 없었고 아직 완전히 떨친 부분은 아니다. 그 꿈을 위해서 매일 회사에서 8시간을 돈받고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나머지 시간은 최대한 그것을 준비하기위해 쓴다. 언제 어떻게, 과연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지 알 수도 없지만 그래서 더욱 책은 열심히 읽는다. 알라딘에 팔아먹을 책들을 골라내다가 대학교때 풋사랑으로 샀던 책들이 보인다. 미소가 지어지지만 뒤통수를 맞은 느낌도 컷으며 팔아먹기에도 난감했던 그 책. 옛생각이 나서 또 히끼꼬모리 처럼 포스트 한번 땡겨본다.

 

 

 책을 정말 좋아하고 아무책이나 마구 읽지만 그래도 읽을 수 없는 책이 있다. 너무 재미가 지나치게 없거나(어려운것과는 별개다) 정말 어떻게 이사람의 글이 활자가 나오게 출판사에서 부끄럼 없이 배려해 주었나 싶은 엉망의 인터넷 소설이나.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설레는 '야설'이다(훗). 재미만 있으면 그만이라고 하지만 단순히 활자로 내는것이 아닌 스토리텔러 입장에서도 혼자서 신난 그런 이야기들은 참으로 나의 개방되다 못해 마구 풀어헤쳐진 정신으로도 납득이 안가는 것이다.

 대학교를 가면서 전혀 나의 의사와 관계없는 거대한 책들을 만나게 된다. 전공은 실기위주였기에 교재보다는 재료비에 더 많이 쏟아졌지만, 거의 나에게는 신세계나 다름 없던 교양 교재들은 참신하고, 흥미롭고, 간혹 쓰레기였다. 뭐 교재란것이 그렇지 않는가. 1학년때는 입문이기에 대개는 「○○개론」이런 것 들을 읽는데, 거의 정형화되고 학계의 교과서로 지정되는것들이기에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부교재들이나..점점 공필이 아닌 자유교양으로 넘어가면서 만나게 되는 지도교수들의 저서들이다.

 

 독자의 입장에서 만나는 책들의 상호작용은 간결하다. 읽고 느끼고 감상하고 끝. 저자를 생각하는것은 오롯이 그 책속이므로 나머지의 세계는 상상의 나래일 뿐(뭐 요즘은 인터넷발달로 그렇지도 않지만) 굳이 직접적인 관계를 강요하지 않기에 독자입장에서도 굉장히 편리하다. 하지만 교재로 강제적으로 주어지는 저서와 함께 내용을 곱씹게 되는 그의 수업과 말투, 간혹 학생에게 삐지기도 하는 태도 등등을 함께 느끼고 호흡하면서 읽자면 엄청난 고통이다. 내가 아예 「실적올리기」라고 명명한 참고문헌 짜깁기식의 그런 저서들은, 아무리 공짜 책 좋아하는 나라도 제본해서도 보기 싫었던 고통의 책들이었다. 난 그 참고문헌들을 하나도 읽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언급하는 이야기, 그리고 주교재, 매끄럽지 못한 글의 이어짐들(퇴고라도 좀 하란 말이다!)을 보면 이건 분명히 짜깁기다.

 

 예전에 정말 재미없다고 생각했던 전공교양수업과 관련해 수업시간에 담당 강사를 캐리커쳐 한것이 있었는데 졸업 하기전에 아무생각없이 그 그림을 실명으로 올렸다가 명예훼손으로 네이버에 신고당한적이 있다. 그래서 그 책들에 대한 직접 언급은 하지 않겠고 그래도 재미있었고, 졸업 후에도 소장하고 있거나 혹은 뜻하지 않게 언니가 마음에 들어서 달라고 하여 소유권 이전이 된 책들을 한번 풀어보겠다

 





▒ 미술전시 홍보 이렇게 한다 - 성공적인 미술전시를 위한 홍보 매뉴얼| 저자 박인권출판사 아트북스

▒ 현대미술학 논문집 제6호     - 저자 현대미술학회 출판사 문예마당  

 

 기자가 쓴 책과 학자가 쓴 책:: 이 두권은 교재는 아니었다. 하지만 나만의 '비교목록'이다. 미술전문 기자였던「미술 전시 홍보, 이렇게 한다」의 저자 박인권은 P.I.K문화연구소를 개원하고 현재는 미술관련 자료집들을 만들고 있다. 대개 운영과 마케팅에 관한 책들이며 미술을 한다는 당사자들에게는 멀게만 느껴질 수 있는 마케팅 과정을 지나가다가 읽어도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다. 기자출신의 저자들에게서 느껴지는 간결한 호흡이 읽으면서 지치지 않게 한다. 그리고 신문을 읽을 때 같은 몰입도 있다. 분명하게 나누어진 챕터는 필요 요인들은 정확하게 설명한다. 우측은 대학교 2학년 뚱돼지 시절, 뭐가뭔지 모르고 서점에서 '나도 좀 진지하게 공부해 보자' 라고 샀던 현대미술학 논문집. 하지만 정말 어려웠다. 내용의 어려움도 있지만 비엔날레의 관료주의에 관해 씌여진 단 한편을 제외하고는 추상적인 사조에 대한 내용들은 도통 글로써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내 공부가 덜된것도 있지만 예술을 논거에 의해 풀어나가려하니 이 얼마나 난감해 지는고 내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읽지 않는한 손에 잡히지는 않을것 이다.

 



▒ 대중문화의 겉과 속 1,2 - 저자 강준만 출판사 인물과사상

 

 졸업을위한 필수교양이었다. '독서와 표현'이란 과목이었는데 현재도 있는지는 모르겠다. 우리학교는 영어와 이 과목을 이수해야 졸업이 되는데 안타깝게도 학점이 없는 PASS와 FAIL만 있는 과목이었음에도 무척이나 빡센 수업이라 원성이 자자했다. 신입생때 이수하고 2학년 올라갔더니 그때부터는 1학점씩 책정되더라. 조별로 프리젠테이션 수업이었고 주어진 교재중에 선택하는것 이었는데 문학은 프리젠테이션 하기엔 뭔가 어려웠고 아주 교양답고 매스미디어 중독인 나에게 딱 맞는 이책을 고르게 되었다.

 교재는 1권만 이용되었고 후에 2권이 나왔을때 따로 구입했다. 현재 3권이 나온상태이지만 아직 구입하지는 않았고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발달과 디지털문화에 대해 이야기한것을 서점에서 우선 대충 읽었다. 사야한다.

 물론 이 책이 강준만의 실적에 당연히 포함되겠지만 그저 실적을 위한 실적 저서들이 많은 와중에 책 머리에 말했던것 처럼 급변하는 대중문화에 맞추어 5년에 한번씩 내겠다는 약속이 지켜지고 있는것 같아 무지 흐뭇한(건방지다.)책이다.

 여담인데 조별수업은 중간고사였고 기말고사는 공포의 '태백산맥 완독' 이었다(우리학교가 소설배경이니..). 토지를 2년걸려읽었는데 열권짜리를 한꺼번에 읽을 수도 없었고 이 수업때문에 학교도서관에는 항상 대여상태였다. 권당700원씩 주고 대여점에서 어째어째 급하게 빌려다 보고 독후감 제출하였으나 무엇이라고 썼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것을 보면 정말 개소리를 쓴것 같다.

 

 



 

▒ 문명 속으로 뛰어든 그리스 신들 1,2 -저자 강응천 출판사 사계절

 

 그리스 로마신화. 야간수업이었다. 전공수업이 무척이나 빡빡했고 실기였기때문에 낮시간을 다 잡아먹었다. 1학년임에도 교양은 야간으로 다 밀어부쳐야 했고 다른과 사람들은 예술대 라는 색안경으로 우리가 밤마다 술을 퍼마실거라고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밤샘술에 눈을 뜬 것은 2학기나 되서였다. 조교가 땀 뻘뻘 흘려가며 시간에 맞추어 대충 남는수업에 사람수별로 분산해서 넣었고 우리학교 최고 명강으로 손꼽히는 「성(性)의 과학」을 튕기고 나를 포함 세명은 이수업에 들어갔다.(성의과학은 졸업때까지 결국 시간이 맞지않아 서너번 청강만 했다.그 어떤 수업보다도 생생히 기억난다ㅋㅋㅋ) 

대부분 이미 취업한 졸업반이거나 늦깎이 대학생들로 이루어져서 열두명정도 되는 소박한 인원의 연령층이 무척 높았다. 우리는 위축되고... 강사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실컷 야한이야기도 해주고 진도가 너무나 잘 나가서 종강때 수업시간에 밥한끼 먹자고 불렀는데 그 연령층에 너무 압박이 느껴져 마지막에 한번 결석한 수업(지금이라면 갈텐데..스무살이니..). 기억에 남는것이 그리스 로마신화의 한 챕터를 잡아서 자신의 전공에 맞게 표현해오라는것이 중간고사였는데, 우리는 그림을 그렸지만 나머지 철학과나..중문과나..어떻게 냈을까. 중문과는 중국어로 썼을까?

 

 풍부한 사진자료와 간결하면서 필요한 상징은 충분히 언급된 꾀나 정리가 잘된 책으로 언니가 무심히 읽다가 갈취해갔다.

 

 

 

  


 

▒ 현대 사회학 - 저자 앤서니 기든스 역자 김미숙, 김용학, 박길성 출판사 을유문화사

 

 

위사진은 2009년 5판본이다. 내가 2002년에 들었을때는 빨간색 3판 책이었는데, 몇 역시 쌔끈해졌다.

 89년 초판 이래 이제 완전히 사회학개론의 정석이 되어버린 책. 대중문화의 겉과 속처럼 앤서니 기든스는 급변하고있는 사회를 따라 고령화와 9.11까지 현재 짚어준 상태다. 1교시부터 지루하게 들어야 했기에 관심밖이 없으나 언니에게서 앤서니 기든스에 대해서 강한 설명을 듣고 입 꾹 닫고 열심히 읽었다.

 3판에서는 현대사회의 구성, 조직화, 계층화등을 주로 다루고 있으며 역자의 힘이 한껏 발휘되어 간결하고 논거가 확실한 설명은 주제가 무엇인지 결론이 무엇인지 딱딱 들어맞는다. 시험공부하기에 무지 좋은 책.

 이 책을 계기로 「제 3의 길」을 읽게 되었고 그때부터 나의 무한 변증법적 생각들이 마구 양산되었다.

 

 사회학개론 수업은 정말 무료하고 지겨운 수요일의 1교시였다. 화요일은 야간까지 듣는 날이라 무척 고통스러웠다. 게다가 인문교양의 특성상 객관식으로 문제를 낸다..라고하면 책을 씹어먹어야 하는것이 필수였기에 죽도록 필기도 하고 시험전날에는 밤을 샜다.

 기말고사 전날 화요일. 당시 과사에서 공부를 하고있는데 친한 선배 한명이와서 유혹했다. 맘모스극장(지금은 프리머스)에서 「화산고」를 개봉 한다며, 보여줄테니 같이 가자는 것 이었다. 공부는 하고싶고 화산고는 보고싶고. 공짠데.. '화산고를 보고, 재미가 있으면 기뻐하며 그냥 기숙사가서 자고, 재미 없으면 후회하면서 밤새 공부하자' 라고 했는데 결국 밤새 공부했다. 시험과는 무관하게 교재는 무척 나에게 새로웠다 그리고 제목이 생각이 안나는데..중간고사 레포트가 지정해준 부교재중 하나 선택하여 제출하는것이었는데 의외로 그 부교재를 통해 내가 엄청나게 인문학의 뭔가 거시기를 깨닫게 되어 이책도 정독하게 만들었다. 안타깝게도 레포트를 위해 4500원주고 제본 한 것이라 소홀이 다루고 분실하여 제목과 저자를 모두 잊었다.

 

 나에게 인문학의 눈을 트게한 이 책은 역시 침흘리던 언니가 갈취해갔다.

 

 

 

 

 

<오늘의 교재 짤방>

 



 

 우리 옷 이천년 저자 류희경 외 출판사 미술문화

 

 의류학과 교양이었다. 그림그리던 우리에게도 무척 좋은 자료였다. 부산 본가에 보관중.

기숙사 내 방에 놀러온 동기가 내 침대에서 누워 뒹굴면서 이 책의 제목을 무심코 읽었다.

 

"우리 옷 미친년"




posted by 다드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