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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드래기
2009. 5. 12. 16:04 노는사람/남독



대지(大地)

저자 펄 S.벅 역자 안정효 출판사 문예출판사

 

 한국 근현대문학이나(근대라는 표현은 쓰지말라고 배웠건만..) 세계문학은 언급하기 꺼려진다. 구토는 워낙에 특이하고 보는 사람의 입장, 어떤 분야의 사람이 읽느냐에 따라 사소한 느낀바의 다름도 있기에 어떤 감상문, 리뷰를 읽어도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특이한 책이기에 별 거리낌이 없었으나. "이건 명작이다!" 라던지 "청소년 필독서!" 라고 꽝 도장박은 책들은 내가보니 어쨌다 저쨌다 말하기가 참으로 그야말로 거시기하기 때문이다.

 

 굳이 용감하게 펄벅의 「대지」를 꺼낸 이유는, 대지 이외에는 기억에 남지않는 그녀의 작품 때문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적 있었던, 우리집의 '폐품의 이슬로 사라진 고서들' 중에 무려 펄벅의 단편집이 있었는데, 그녀가 그렇게 많은 작품을 쓴지도, 그런 단편이 많은지도 몰랐다.(어마어마하게 많은것은 아니고 ㅋ 박경리 전집하곤 비교도 안되었으나)더욱 놀라운것은 그것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머리에 남아있지 않다는것. 어린시절에 읽은 탓도 있겠고, 특히 그 시절에는 닥치는대로 책을 읽던 때라 보고 말 그대로 줄줄 흘리고 다녀서 일 수도 있는데, 그래도 그나마 기억이 나는 단편이 제목이 생각이 안난다는 것이다. 작품에 대해서 어떤 전문가들은 '대지'이외에는 이렇다할 대작이 없었다고 이야기들 하고있는데, 그나마 국내 출간되있는것도  「연인 서태후」, 「살아있는 갈대」같은 아시아를 배경으로 만들었던 장편들이 대부분이다. 경험에서 나오는 글이 더욱 빛을 발한다고 아무래도 그녀가 애정을 담고 쓴 글들이라 더욱 훌륭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읽은 그녀의 단편은 당시 미국사회의 쓴맛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배경도 미국이고 주인공들도 미국인이다. 이야기하는 의도와 내용이 흐지부진하다거나 비교할수 없을만큼 졸작이었다 라는것은 절대 아니다. 그녀는 프로니까. 아마도 서머셋 몸이나 O.헨리의 위트나 신랄함이 묻어나는 미국사회를 그려내진 못했기에 비교우위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각설하고(난 역시 정리되지 않는 인간이야~) 사실 사회운동가로서 더 훌륭한 그녀의 작품들은 평이 어떻고 대지에 필적할 만하든 말든 그녀의 경험, 삶이 담겨있기에 분명 진솔할 것이라 생각된다. 내가 '서정으로 가장한 삽질'의 책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사람의 피와 땀이 안느껴지기 때문이다.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것이 아니다. 자신이 얼만큼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누구도 항상 바르고 아름다움의 중심이 될 완벽한 존재가 아닌만큼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인 경험이 없는 글들은 정말 재미가 없고 졸린다. 만일 그녀가 아시아에서의 활동 보다 자국에서의 생활이 더 길었거나 더 애착을 가졌다면 그 단편들도 서머셋 몸의 그것 못지않게 신랄하고 날카롭게 만들어 졌을 것이다.

 

 보통 노벨문학상을 받게되는 작품들의 공통점은 '재미없다'(ㅋㅋ) 외에도 '한 나라의 현실과 문화를 대변한다'라는 특징을 가지고있다. 여성으로서도 처음, 아시아를 배경으로도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게된 작품으로 대지는 그런의미에서 엄청난 가치가있다.  중국과는 사실 아무런 피도 섞이지 않은 벽안의 여인이 그 누구보다도 중국에 대해 잘 알고 중국의 농부에 대해 그들의 계급사회와 삶의 가치에대해 제대로 알고있다. 서방보다 너무나 뒤쳐진, 혹은 그래서 오리엔탈리즘을 자극하는 아시아는 그녀에게 순수이자 진짜 피와 땀이 넘치는 과도기의 인간 그대로였을 것이다.

 

 너무나 유명한 대지의 스토리는 언급하기 싫다. (귀찮다.) 남자는 배부르고 등따시면 다 똑같다는 불변의 진리와(ㅋㅋ) 급변하기 시작하는 현대사에서 땅의 가치가 더이상 삶 자체가 아닌 수단으로 치부되는 변화를 꿰뚫어 본 이 작품. 분명 명작이다. -뭐 중간중간 정치적인 문제들은 다 생략하더라도 대지가 다 이야기 해 주니까.

 

 「살아있는 갈대」를 사실 아직 읽지 못했다. 우연히 이것을 읽어볼까 생각하던 와중에 다시 대지를 슬금 슬금 읽었다. 몇번 보고나니 이제 꾀가 생겨서 나에게 다가오는 장면은 오늘따라 설날 음식하는 장면이나 (배고파) 오란이 왕룽에게 진주알 두개만 달라고 하는 장면(진주 좋아한다.) 이지만 - 뭐 태백산맥은 아직도 꼬막 삶는 장면 먼저 떠오르니.-  「살아있는 갈대」역시 이런 쓰잘데기 없는 장면이나 질겅질겅 찾아볼 정도가 될 때까지 깊이 읽어 볼까 한다. 그녀가 담은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읽어보신 분 스포일러 금지-안봤소 아직!)




대지

저자
펄 S.벅 지음
출판사
문예출판사 | 2003-05-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왕룽이라는 한 농부의 삶을 투시해 그려낸 이 작품은, 작품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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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드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