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말은 법이다. :: 책상은 책상이다. -페터벡셀

저자 페터 빅셀 | 역자 김광규 | 출판사 문장 .1989

 

 취향이라는것이 참 재미있다. "책이 내 취향이다" 라고 말할때 대충 내가 좋아하는 스토리라인~장르 이런것들을 막연하게 떠올리는것 이상이라는것이 오랫동안 책을 읽으면서 느껴진다.

무엇이든 상관없이 무조건 다독 이 내 독서의 스타일이었는데 취향이란것이 생긴 것, 혹은 내가 취향이 있다고 깨달은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헤르만 헤세를 필두로 해서 만나게되었던 독일문학들은 국민성에 의거한것인지 언어의 특성인지 굉장히 철학적인 구조속에서도 명확하게 내 머리를 헤집고 들어와 완연하게 한자리를 차지하게되었다.

-따지고 보면 페터빅셀은 스위스사람이나 그의 작품은 독일어로 출간되어 독일어권에서 큰 성공을 거두니 독일권으로 분류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그 과정에서 책장에 콕 박혀 쓸쓸히 지내고있었던 페터빅셀의 책상은 책상이다는 중학생이었던 나에게 엄청난 충격(그럴것 까진 없는데 또 사춘기다보니..)으로 다가올만도 하다.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던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삽화나 기재된 작품 수가 현재 예담에서 출판된 내용보다 훨씬 많으며 한편 끝자락마다 간단한 작품 설명이 쥐콩만하게 적혀있는데 이 또한 어려울수 있는 그의 책을 심히 간섭하지 않으면서 그 문체만큼이나 간단하게 서술되어있다. 역자의 힘(시인 김광규)이라고 생각된다.

요즘은 이 판본을 구할수 없어 간혹 지식인에서 애타게 찾는 문의들을 보면 혼자 씨익 웃기도한다.

 

 페터빅셀로 시작된 독일문학에 대한 극적인 관심은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고있는 쥐스킨트까지 이어졌고 철학공부하는 언니의 영향으로 시니컬한 쇼펜하우어와 명료하지만 영 나랑 가치관이 안맞는 마지막엔 결국 신이 시키는대로 하라는)칸트도 읽게되었으며 오히려 당신의 머릿속이 더 궁금한 문제아 프로이트까지 가게되었는다.

 20세기 제국주의의 악령의 선두주자였던 일본을 이야기할때 내가 "밉지만 음악과 예술이 한수 앞서는건 어쩔수없다" 라고 하는것 처럼 서방의 악령 독일 역시 "지나치게 똑똑한 개인의 사유가 집단을 거머쥐면서 악령의 덩어리가 된것이다" 라고 손 들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그런 골치아프게 잘난 존재들이 독일이나 독일어권에 모여있는것은 인정 할수 밖에 없는것 같다.(~인것 같다는 표현 싫어하지만 우선 개인적 생각이므로..)

 

 책상은 책상이다는 단편집이다. 앞서 쥐스킨트가 "소통의 문제를 겪고있다"고 언급한것처럼

이 책의 내용 전체가 소통의 문제 사회화의 문제를 아주  짧은 문체와 호흡, 짧은 분량으로 강하게 이야기하고있다. 그중 "책상은 책상이다"는 비교적 분량이 긴 단편으로 혼자만의 세계에서 혼자만의 언어를 정립해버린 남자가 사회와 소통이 불가능해져버린 이야기를 하고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내용인 "기억력을 자랑하는 사나이"와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은 사람"은 삽질의 대표주자로 항상 스스로 일컫는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처럼 자신의 세계에 갖혀버린 사람의 소외, 그리고 그의 첫번째 단편집에 수록되었던 "우유배달부"는 인간관계에서의 무심함등을 보여주고있다.

 역자는 3부로 나누어 페터빅셀의 대표작들을 엄청나게 수록해 해설하고있으며 대한민국에 한번도 소개된적이 없던(하물며 지금 현재도 알려진 바가 없는) 페터빅셀의 작품을 출간하게 된것에 대해 하염없이 감사를 표하고있다.  그만큼 재미가 없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맞닥들이기 싫고 해설하기도 난감한 작품들이 독자와 만나기가 여간 당혹스러운 일이 아닌탓도 있을것이다.

 

 대학교 졸업작품전때 비교적 간단하고 쉬운 "우유배달부"로 삽화를 만들었다.-그러나 전시되지 않았다.

삽화를 그린 이제하선생에 대한 오마쥬이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우유배달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당시는 이 단편을 전부 그려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지금하려해도 역부족인것을..

 

---

책상은책상이다

저자

페터 빅셀 지음

출판사

문장(도)(구)계원출판사 | 1993-11-1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올튼 예술상, 함부르크 문학상 등 권위있는 상을 수상한 작가의 ...

글쓴이 평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