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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드래기
2014. 7. 20. 09:04 카테고리 없음

 개인적으로 보신탕을 좋아하고 수육 전골 다 먹어봤으며 맛있는집이 어디인지도 안다. 솔직하게 지금도 그 집 보신탕을 생각하면 침도 고인다. 


 도의적으로 보신탕을 먹지 않은지 2년이 되었는데 아직 찬반양론중에 확연하게 설득력을 가진 논란을 보지 못한것이 사실이고 누구도 냉정을 찾고 말해준 적 없다. 보신탕을 먹지 않겠다고 결정하기 까지 내가 스스로 찾아서 본 자료들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지금도 '논쟁' 이상도 이하도 아닌것 처럼 진행이 된다. 찬성을 하는 사람들은 우기고 욕하기에 여념이 없고 반대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냉정은 찾지 못하고  잔인한 사진을 유포 이상도 이하도 사실 못하고있는것은 맞다. 


 오랜기간동안 반목이 곧 토론이던 세상에 살아서 그런거라고 생각한다. 보신탕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냉정하게 말하면 보신탕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상당히 간단하게 '맛있어서' 이며 그 솔직함을 말하는게 민망해서 반려동물키우는 사람들을 몰아서 욕하는 아둔함을 보이고있으며 반대의 입장에서도 아직 '개는 인간의 친구입니다' 이상의 설득을 하지 못하는것도 사실이다. 시골에서 소 키워 보내는 사람들의 심적 노고를 보면 개 이상의 무언가가 또 있기 때문에 그 단순한 감정의 호소 역시 상당히 협소하다. 


 불법적인 납치와 사육, 엉망진창인 사육환경 잔인한 도살. 특히나 우리나라는 개 뿐만 아니라 닭, 돼지의 사육에서도 엉망인것이 유명한데 내가 개를 먹지 않겠다고 생각한것은 엉뚱하게도 보신탕논란때문이 아니라 바로 이 '돼지 사육의 실태'를 보고한   kbs스페셜이었나? 수요스페셜이었나? 하는 것을 본 뒤로였다. 


 먹고 죽어 없어질 짐승에 무슨 존엄적인 죽음인가 하지만 생물에게 스트레스란 어떤 것인지, 보호소에서 안락사 당하는 유기동물들 만큼이나 사육되고 있는 동물들의 질높은 삶과 죽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낀 나에게는 상당한 충격을 주는 다큐멘터리였다. 


 그에 따라 오게 된 생각이 바로 개고기라는 식품을 먹게된 필요성.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모든 동물들은 가축이었다. 개도 소도 같은 마당에서 길러졌다. 채식민족이던 농경사회 사람들에게 여름철 보신은 고기만큼 좋은것이 없다. 하지만 소는 엄청난 재산이었다. 일을해야하고 일소로 수명을 다 살면 상당히 오래 살 수 있었고 팔아도 큰 돈이었으며 언감생심 농민들은 함부로 먹을 수도 없었다.(닭도 같은맥락이다. 계란도 함부로 먹을수 없다)  하지만 개라는 가축은 새끼도 낳고 개체도 늘리지만 농사일에 쓰이는것은 아니기 때문에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에 대해서 야만족이라고 비난할 필요는 없다. 지금도 그런 삶을 산다면 나도 그렇게 개를 먹는것을 선택할 것이다. 


 지금은 먹을것도 풍부하고 반려동물도 넘친다(개고기와 별개로 이 문제도 심각하다) 사람들은 편하게 어디서나 육식을 할 수있고 단백질 공급원이 단 하나만 있는것도 아니다. 만약에 식용개의 사육이 뭔가 다른측면에서 자리를 잡았다면 오히려 더 냉정하게 토론하고 문제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애완용돼지를 길러본 사람도 알겠지만 돼지의 공감능력도 개와 못지 않게 사랑스럽다. 하지만 개의 사육환경이 좋아진다면 또 그 이상의 다른 감정적 변이가 일어날것이기 때문에 난감할것이다. 사실 육식 자체를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기도하다. 식용동물의 사육환경을 생각하는것은 농약을 뿌리지 않은 친환경채소를 생산하는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 첫째로 올바르지 않은 사육환경의 문제가 지적이되고 그 다음, 사육환경이 좋아진다면 일어나게될 감정의 소용돌이가 나에게 냉정한 결정을 못하게 한다. 


 그래서 나는 그 누구도 나에게 거기에 대한 명확한 설득을 내놓을 때까지 개고기를 먹지 않기로 결정했다. 내가 개고기를 먹었던 이유는 솔직히 오로지 '맛있는 고기중 하나다' 일 뿐이기 때문이고 돼지 다큐멘터리를 본 이후로 상당히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개고기를 먹지 말라고 하는것에 대해 일어나는 비난중 하나인 '야만적인 납치와 사육환경'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사육환경에 한한것이지 그 이상 혹은 그 이후의 것은 예측하기 힘들다.

1. 개고기는 맛있다.

2. 하지만 관습적으로 먹어왔을 뿐이고 지금은 꼭 개고기를 먹을 필요는 없을 만큼 육식이 풍부하다

3, 불법이고 비위생적이며 잔인한 사육환경은 개,소,돼지,닭을 말할것도 없다. 

4. 특히나 개사육의 엉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5. 그렇다면 소,돼지,닭,개의 사육환경이 좋아진다면 편히 먹을 수 있는가, 혹은 먹는것을 반대할 수 있는가

6. 그리고 나는 고래고기마저 좋아한다. 

7.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으므로 우선은 안먹겠다. 

8. 사실은 적어도 내가 살아서는 결론이 안 날 것 같아 안먹게 될 것 같다. 



 

posted by 다드래기